성주의 첫 출근

경기도 일산, 성주 오피스텔

월요일 오전 6시


띠띠띠~ 띠띠띠~

새벽 6시 자명종 시계 소리가 7평 남짓한 방안에서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성주는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나 몇 초간 멍한 표정으로 오피스텔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3월 새벽 6시 오피스텔 앞 도로에는 쓰레기 청소차와 아침 출근길을 서두르는 몇몇 사람들이 가로등 등불에 보였다.

‘성주야 드디어 첫 출근이다. 서두르자 첫 출근날부터 지각할 수는 없지’

서둘러 샤워를 하고 나온 성주는 새로 산 남색 정장이 걸려있는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전신 거울 옆에는 흰색 와이셔츠와 하늘색 넥타이가 그리고 새로 산 정장이 걸려있었다. 얼마 전 지방에 홀로 지내고 계시는 어머니께서 서울까지 올라와 사주고 가신 옷이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홀로 올라와 집에 도움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 공부를 마치고 회사에 취직까지 한 성주에게 어머니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남색 정장을 바라보는 성주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

성주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매일 술을 마시면서 지내시던 아버지는 그해 병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일찍 혼자가 되어 외동아들인 성주를 키우기 위해 남의 집 가정부 일부터, 식당일, 건물 청소 일을 하며 아버지의 빚을 갚으면서 힘들게 성주를 키우셨다. 지금은 시골에서 작은 식당을 하신다.

어린 성주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 자리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남겨진 가난한 집안 환경에 맞설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사춘기 시절 어머니 마음에 많은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 번도 성주에게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성주에게 많은 걸 해주지 못한 것을 늘 미안해하셨다.

공부에는 관심도 없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 뒤늦게 집에 들어온 성주는 어머니 방에서 나지막이 들리는 어머니의 고단한 신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만에 들어오는 어머니의 방인가?’

사실 성주는 어머니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그동안 일부러 피했다. 어머니의 방에는 아버지의 흔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그리움이 성주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 독촉장 피하고 싶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어머니 방에 흩어져 있는 파스와 약들, 혼자서 몇 번이고 손이 닿지 않는 등 쪽에 붙이려고 하다 못 붙이고 엉겨져 있는 파스들이 성주의 눈에 보였다. 성주는 파스를 조심스럽게 어머니의 등과 다리에 붙여 드렸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어머니는 이렇게 외롭게 고생하고 계시는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지?’

성주의 마음속으로 후회가 가득 담긴 말들이 나왔다.

뒤늦게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한 성주는 남은 고등학교 생활을 어머니가 원하시는 대학에 가기 위해 노력했고, 유명한 대학은 아니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게 되었다. 성주가 대학에 붙었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최대한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과 병행하였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힘들게 취업을 하게 되었다.

남색 정장 앞에서 눈시울을 훔치며 성주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음이 3번 정도 울렸는데 기다렸다는 듯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성주야 출근 준비는 잘했어?”

“네 엄마가 사 주신 옷 입고 출근하려고 해요”

갑자기 울컥한 마음에 목소리가 흔들렸다.

“첫 출근하는 날인데 엄마한테 시간 뺏기지 말고 얼른 출근해”

“네 엄마 이따가 저녁때 전화 드릴게요”

“응, 그래”

항상 그래왔듯이 할 말은 많지만, 간단한 말들만 주고받고 전화는 끊어졌다.

시계를 보니 6시 40분이었다.

성주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살았다. 회사는 여의도, 지하철로만 한 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러 가고 갈아타고 사무실까지 걷는데 30분을 추가하면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집을 나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성주의 모습은 얼마 전까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백팩을 메고 다니던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슈트를 입고 서류 가방 들고 출근하는 직장인 모습이었다.

아침 7시 지하철은 출근하려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과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는 사람들로 활기차 보였다.

짧지 않은 출퇴근 시간 부족한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은 성주의 가방 안에는 전공 서적 두 권이 들어 있었다. 지하철에 서서 책을 잠깐 본 것 같은데 회사 근처 역에 도착했다는 지하철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한 시간이 8시 20분 지하철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니 8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했다. 9시까지 출근인데 첫 출근이라 긴장해서인지 조금 일찍 도착했다.

정보통신과를 졸업한 성주는 <아이티앤티>라는 IT회사에 취업을 하였다. 직원은 100명 정도의 중소기업으로 대형 통신사에 IT 장비를 납품하는 회사였다.

여의도 증권가에 위치한 회사는 20층 건물에 10층, 11층, 12층 세게 층을 임대해서 사용했다. 인사팀이 있는 12층 로비에 도착하니 안에 사람들은 있는 것 같은데 문은 잠겨 있었다.

요즘 대부분 회사는 사원증이나 지문을 통해 출입할 수 있다.

성주는 첫 출근이라서 아직 출입등록이 안 되어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아직은 회사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로비 입구에 있는 인터폰 ‘호출’ 버튼을 꾹 눌렀다. 잠시 뒤에 인터폰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티앤티 최보미입니다. 어디 찾아오셨습니까?”

“네~ 저 그러니까….. 저는 신입사원 조성주입니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데 인터폰 너머로 다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그런데 왜요?”

조금은 쌀쌀맞은 목소리였다.

성주는 당황했다.

“네… 그러니까 문이 안 열려서요?”

“아~ 문이 안 열리시는구나 그럼 신입사원 첫 출근 문을 제가 열어 드리는 겁니다. 나중에 저한테 커피 한잔 사세요. 사업기획팀 마케팅담당 최보미 과장이에요”

다소 익살스러운 최보미 과장의 인터폰 소리와 함께 ‘틱’하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최보미 과장의 농담 때문인지 첫 출근 긴장이 잠시나마 녹아내리는 듯했다.

면접 때 한번 와봤지만, 사무실은 비교적 깔끔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몇몇 분들만 자리에 계셨다. 성주는 Biz사업본부에서 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직 팀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인사담당자분이 첫 출근하면 인사팀으로 오라고 해서 인사팀 쪽으로 향했다. 창가 쪽에 자리한 인사팀에 도착하니 면접 때 뵈었던 인사팀장님과 인사팀 직원분들이 자리에 있었다.

“최보미 과장님 앞으로 법인카드 처리 늦으시면 안됩니다.”

방금 문을 열어주었던 최보미 과장이었다.

“알았다니까 그런데 꼴랑 이거 하나 처리해주면서 사람을 이렇게 아침 일찍 출근하게 만드냐!”

최과장은 총무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총무팀은 인사팀 바로 옆에 있었다.

“그럼 난 사무실로 간다. 성주씨라고 했죠? 나중에 커피 꼭 사요!”

최과장은 총무팀 직원과 성주에게 번갈아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조성주입니다.”

성주는 인사팀 직원들에게 다소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아 성주 씨 일찍 왔네요, 이쪽 회의실로 오세요”

인사팀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인사팀 옆에 위치한 회의실로 안내를 받은 성주는 군대 신병 대기하듯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앉았다.

“허 대리 Biz사업본부 신입사원입니다. 인사카드하고, 필요한 서류 안내 좀 부탁해요”

인사팀장은 커피를 한 잔 타주시면서 팀원에게 제 소개를 해주시고는 서류를 들고 인사팀 옆에 있는 대표이사 방으로 들어가셨다.

“안녕하세요 인사팀 허민호 대리라고 합니다. 우선 인사 카드에 인적 사항 좀 기록 부탁드립니다.”

인사팀 허민호 대리는 평범한 체격에 2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였다. 인사기록카드와 월급 통장 등 필요한 서류에 대한 안내를 해 주었다. 그리고 미리 만들어 놓은 사원증과 노트북 등 사무 집기류를 주었다.

인사팀 옆 회의실에서 서류 작성하고, 내부 전산시스템 계정을 받아 노트북에 설정도 하고, 중간에 경영지원본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경영지원본부는 인사팀, 총무팀, 회계팀, 기획팀 총 4개 팀이 있었다. 팀에는 2~3명 정도 인원으로 비교적 작은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출근 오전은 별로 한 것도 없이 이런저런 회사의 내부 프로세스 교육을 받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11시 50분 오전 내내 자리에 없으셨던 인사 팀장이 자리로 돌아왔다.

“점심 먹으러 갑시다. 성주씨도 같이 갑시다”

회사 건물 맨 위 20층에는 건물에 입주한 회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구내식당이 있었다. 건물 구내식당에 도착한 인사팀장과 인사팀 직원들은 같은 회사 동료를 만나면 인사를 나누면서 배식을 기다렸다.

“어이 황과장 여기 너희 본부 신입사원이야.”

120kg은 훌쩍 넘을 것 같은 황과장은 성주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으며 지나갔다.

“성주 씨 오늘 점심은 내가 쏠게요, 내일부터는 사원증을 여기에 대고 식사를 하면 됩니다. 식사 비용은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갑니다.”

인사팀장은 본인 사원증을 배식대 앞 센서에 두 번 가져다 댔다. 삑~ 삑~ 두 번의 신호음이 울리자 성주에게 식판을 주었다.

“아침 식사도 못 하고 출근한 것 같은데 많이 먹어요”

인사팀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회사 앞 커피숍에서 허민호 대리에게 커피까지 얻어먹었다. 성주는 커피를 마시며 회사의 이런저런 분위기도 들을 수 있었다.

드디어 오후에는 인사팀장과 ‘Biz사업본부’로 갔다. Biz사업본부는 10층에 있었다.

“본부장님 신병 왔습니다. 조성주씨 Biz사업본부 정미영 본부장님이세요 인사하세요”

인사팀장은 다소 장난기가 있는 말투로 성주를 소개했다. 두 분이 상당히 친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본부장님. 신입사원 조성주입니다.”

정미영 본부장은 면접 때 기술적인 부분 몇 가지를 질문하고는 바쁘다며 면접장에서 먼저 나갔었다. 남자처럼 짧은 커트 머리에 상당히 마른 체격이었다.

“안녕하세요 성주씨 정미영입니다.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인사팀장은 성주를 소개해주시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성주는 정미영 본부장과 Biz사업본부 옆 회의실에서 업무 관련 이야기를 시작했다.

“팀장님들 잠깐 회의실로 와주세요”

정미영 본부장은 생각 외로 목소리가 상당히 컸다. 본부장에 목소리가 쩌렁~ 쩌렁~ 하게 Biz사업본부 전체에 울려 퍼지자 부서의 팀장들은 모두 회의실로 들어왔다.

“Biz사업본부는 보안사업팀, 인프라사업팀, 사업기획팀 총 3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성주씨는 그 중 인프라사업팀에서 일하게 될 겁니다.”

“안녕하세요 성주 씨 인프라사업팀 이한영 팀장입니다.”

나머지 팀장님들은 가볍게 묵례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인프라사업팀 신입사원 조성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성주는 긴장해서인지 조금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조용히 이야기해도 들려요~ 간만에 부서에 젊고, 잘생긴 신입사원이 들어오니까 사무실 분위기가 환해지는 것 같네요. 본부장님 그죠?”

사업기획팀 임선아 팀장이 장난스럽게 본부장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사업지원팀 임선아 팀장입니다.”

임선아 팀장의 목소리는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안 들릴 정도로 상당히 작았다.

“네 팀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성주는 긴장이 풀렸는지 조금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자 그럼 사전에 공지한 데로 지금부터 제가 30분 정도 면담하고, 2시부터 인프라사업팀, 3시 보안사업팀, 4시 사업지원팀 순서로 사업부서 업무에 대해서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시면 됩니다. 팀장님들 금일 외근 일정 없으시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