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오후 5시 본부장실에서 갑자기 큰소리로 미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애가 수영장에 안 왔어요? 4시에 도착해서 수영하고 벌써 끝났을 시간인데 지금 전화하시면 어떡해요?”

통화 소리를 들은 임선아 팀장이 본부장실로 들어갔다.

“본부장님 건우한테 전화 해보셨어요?”

미영은 급하게 전화를 끊고, 아들 건우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만 하염없이 가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본부장님 빨리 건우가 갈만한데 가보세요, 하시던 일은 제가 정리할께요”

“임팀장 그럼 좀 부탁해 대표님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사항만 업데이트해서 보고하면 되거든”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빨리 가보세요”

미영은 정신없이 사무실을 나갔다.

“여보 건우가 수영장도 안가고, 전화가 안되는데”

미영은 차에 타면서 남편과 통화를 했다.

“나 지금 회의 들어가야 하는데, 빨리 건우 갈만한데 찾아보고 문자 좀 남겨줘”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남편의 목소리는 건조하게 드렸다.

“뚝! 띠띠띠~~~~”

미영이 한바탕 쏘아붙이려고 하자 전화는 끊어졌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 건우 엄마인데요, 혹시 재민이 집에 들어왔어요?”

“네~ 아까 들어왔는데요 왜요? 미영 어머니”

별일 아닌 것처럼 미영은 전화를 끊고, 이리저리 전화를 하면서 집 방향으로 운전을 했다.

길에서 한시간을 건우와 학원, 수영장, 그리고 건우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미영은 마음을 졸이며 운전을 했다.

6시가 되어서야 겨우 집 근처로 들어서는 미영이 눈에 건우가 보였다. 건우는 인형 뽑기 집 앞에서 중학교 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인형 뽑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미영은 화가 났지만 건우를 찾았다는 생각에 잠시 멍하게 차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았다. 

“재는 저기서 뭐하는 거지?”

건우는 중학교 형들이 인형을 뽑으면 같이 웃으면서 즐거워했다. 그런 건우의 미소가 미영에게는 낯설게 보였다.

미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미영의 시간은 항상 빠르게 흘렀다. 정해진 회사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미영에게는 대부분 전화 통화로 대화를 나눠야 했다. 그런 미영은  대부분 하지마! 안돼! 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학원에 꼭가! 전화해! 같은 명령조 단어들이 입에 붙어다녔다.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의 미소를 보면서 미영은 많이 생각이 들었다.

‘난 여태껏 뭐한 거지, 고작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에게'

미영은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막상 일한다는 핑계로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지도 불러주지도 못했던 시간을 후회했다.

“건우야~”

미영은 차에서 내려 부드럽게 건우를 불렀다.

해맑게 웃던 건우는 미영에 목소리를 듣자 미소가 사라졌다.

“여기서 뭐해”

건우는 말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미영은 그런 아이에게 다가가서 아무 말없이 꼭 안았다.

미영은 오늘만큼은 건우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