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일산 → 공덕역 경의선 지하철

금요일 오전 8시 30분


지하철이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달리는 것 같았다.

성주는 어제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다 늦잠을 잤다. 공덕역에서 내려 5호선으로 갈아타고 여의도역까지 가야 하는데 시간이 벌써 9시다. 중간역에 정차할 때마다 손으로 문을 강제로 닫고 싶은 마음이었다. 성주는 9시 반에 겨우 사무실에 들어왔다.

“여러분 우리 막내가 드디어 지각을 했습니다.”

황과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였다.

“축하해 성주씨”

평소 장난을 안 치기로 유명한 심대리도 박수를 치며 황과장 옆에 섰다.

“성주씨 우리 회사는 신입사원이 처음으로 지각을 하면 본부 전체에 커피를 쏘는 전통이 있어”

심대리가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항상 언제나 이 시간에 당당하게 출근하는 최보미 과장이었다. 성주가 처음 출근한 날부터 최보미 과장은 한 번도 제 시간에 회사를 출근한 적이 없다.

“오다가 김밥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사 왔는데 좀 드셔보세요~”

최보미 과장은 김밥을 사업기획팀 옆 회의 탁자에 펼쳐 놓고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최과장 좀 일찍 다녀, 지각하면서 김밥 살 정신은 있니?”

임선아 팀장이 최과장이 사온 김밥을 먹으며 잔소리를 했다.

“근데 이 김밥 정말 맛있다.”

“그렇죠 팀장님, 박대리도 얼른 먹어 없어지기 전에”

“참 과장님 신입사원 오늘 첫 지각했어요”

박보영 대리가 최과장을 바라보며 고자질하듯 말했다.

“정말? 그걸 내가 왜 몰랐지?”

“너가 더 늦었으니까!”

임선아 팀장이 김밥을 먹다 최고장을 째려보며 말했다.

성주는 첫 지각 기념으로 1층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왔다. 전통에 따라 ‘신입사원 첫 지각기념’이라고 쓴 포스트잇을 커피에 붙이고 선배들에게 커피를 배달했다. 물론 본부장실에도 배달을 해야 했다,

“똑! 똑!”

“들어오세요”

“저… 본부장님 커피 드세요”

성주는 ‘신입사원 첫 지각기념’ 포스트잇이 붙은 커피를 본부장 책상에 올려놓았다.

“오늘 지각했나 보네?”

“죄송합니다. 본부장님”

“괜찮아 덕분에 이렇게 커피를 마실 수 있잖아”

본부장님은 커피를 들어 올리시면서 성주가 민망하지 않게 이야기를 해 주셨다. 성주가 본부장실을 나와 자리로 돌아오니 황과장이 익살스럽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황과장 오늘 교육은 오후에 진행한다고 했나?”

“네 팀장님 오늘은 특별히 얼라이드에서 새로 오신 기술팀장님이 교육을 해 주실 겁니다. 두 시에 사무실로 오기로 했습니다.”

“황과장 그때 오셨던 그 미인 분?”

보안사업팀 김영환 차장이었다.  

“네 선배”

“나한테 아주 고급 정보가 있는데, 이걸 말해줘야 하나?’

김영환 과장은 얼라이드 기술팀장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하였다. 일부 직원들이 김영환 차장에게 모였다. 성주는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듣고만 있었다.

“그게 나도 그쪽 회사 사람들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한지원 팀장이 미국 본사에 있다 왔잖아”

“그게 왜?

보안사업팀 김신석 팀장도 어느새 김영환 차장 옆에 와 있었다.

“그게 사내에서 유부남하고 사귀다가 문제가 되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한국지사로 발령났데요”

김영환 차장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설마? 선배 어디서 이상한 소문 들은 거 아닙니까?”

황과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김영환 차장에게 핀잔을 줬다.

“정말이라니까! 믿을 수 있는 소식통한테 들은 이야기야”

성주는 김영환 차장의 이야기가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기 싫었다. 그리고 지원의 개인사를 이야기하는 이 상황이 불편했다.

“사무실에서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일들이나 하세요”

어느새 정미영 본부장이 보안사업팀에 와 있었다. 사람들은 본부장의 한 마디에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