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출근하는 사람들 속 지하철 안

세 번째 화요일 오전 8시 반


‘속이 울렁거린다.’

어제 마신 술이 아직도 성주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제 퇴근 무렵 최보미 과장이 심심하다며 인프라사업팀과 사업기획팀 회식을 갑작스럽게 만들었다.

“이번 역은 여의도, 여의도 역입니다. 내리실 역은 오른쪽입니다.”

지하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사람들이 내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피곤한 성주는 잠시라도 쉬고 싶은 마음에 빈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여의도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잠시 졸았다.

성주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네 조성주입니다.”

“이번역에서 우리 내려요”

성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앞 자리에 최보미 과장이 술이 덜 깬 상태로 앉아있었다.

성주는 최과장과 다음역에서 내려 다시 여의도역으로 향하는 반대편 지하철에 올라탔다.

“과장님 속은 괜찮으세요?”

“죽을 것 같아 이번에는 꼭 술을 끊어야지”

성주와 최과장은 9시 5분전 사무실에 도착했다. 중간에 최보미 과장이 김밥을 사가자고 조르기는 했지만 성주가 만류하는 바람에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과장님 웬일이세요? 술 마신 다음날 지각을 안하고?”

박보영 대리가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최과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최과장은 대답할 힘도 없어 보였다.

인프라사업팀은 황과장만 빼고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성주씨 속은 괜찮아?”

이한영 팀장은 성주에게 다가와 말을 하고는 결재 서류들을 가지고 본부장실로 들어갔다. 심상민 대리는 술을 마신 다음 날도 항상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었다.

성주의 휴대폰 전화벨이 울렸다. 황승언 과장이었다.

“네 선배님, 팀장님 본부장실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냥 올라오시면 됩니다.”

“어 땡큐~~”

휴대폰에서 황과장의 짧은 대답이 들렸다.

심대리가 성주를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잠시 후 황과장이 아주 자연스럽게 와이셔츠만 입고 들어오면서 심대리에게 말을 걸었다.

“심대리 아까 이야기했던 내용 좀 더 생각해보자고?”

“네”

심대리는 짧게 대답했다.

“성주 화장실 첫번째 칸에 가면 내 가방하고 양복 상의 있을 거야 좀 가지고 와줘?”

황과장은 자리에 앉으며 성주에게 아주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다.

성주가 일어나서 화장실로 가려던 순간 김영환 차장이 황과장의 옷과 가방을 가지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황과장~ 화장실에 가방하고 옷을 왜 두고 갔어?”

김영환 차창의 목소리는 본부 전체가 들리도록 매우 컸다.

“아직도 지각하면서 이런 고전에서나 나올 방법을 사용한단 말이지? 좀 참신한 방법을 생각해봐, 넌 어떡해 항상 이 방법이냐?”

황과장은 옷과 가방을 받아 들고 민망한지 자리에 냉큼 앉았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됐다. 직장 생활은 하루 하루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잠시 후에 이한영 팀장 안 좋은 표정으로 본부장실에서 나왔다.

“팀장님 또 무슨 일 있으세요?

황과장이 말했다.

“별일 아니야 황과장… 일해!”

본부장실에서 나온 이한영 팀장과 김신석 팀장 임선이 팀장의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였다.

“성주씨 담배 태우러 가자”

“네 선배님”

성주는 황과장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건물 옥상에는 담배를 태우러 올라와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 중에는 SI사업본부 직원들도 보였다. SI사업본부는 고객사 영업을 하는 영업팀과 제안서를 작성하는 지원부서로 나누어져 있다. 11층에 있어서 자주 보지는 못하고 가끔 볼 수 있었다.

“아니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최준호 차장님이 알고 그랬냐고”

“그러게 업체가 작정하고 속인 것 같은데”

“야 저기 Biz사업본부 애들 온다. 조용히 해 들려”

“황과장 오랜만이네”

황승언 과장은 SI사업본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성주는 옆에서 서 있었다.

“이 친구는 못 보던 얼굴인데”

황과장의 동기로 보이는 직원이 황과장을 보며 말했다.

“우리 부서 신입사원, 성주씨 인사해 SI사업본부 직원들이야 여기는 나하고 동기 김민우 과장”

성주는 SI사업본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성주씨는 좋겠어요 편한 본부에서 일해서”

“왜? 무슨 일 있어? 오면서 들으니까 무슨 일 있는 거 같던데?”

황과장이 동기로 보이는 직원에게 말했다.

“우리야 일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지, Biz사업본부처럼 통신사가 든든히 버터주는 사업도 아니고”

김민우 과장이 담배를 태우며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런데 과장님 사실 돈을 우리 본부가 제일 많이 벌면서 가끔씩 사고나는 거 가지고 너무 한 거 아닌가요? 막말로 Biz사업본부는 그냥 앉아서 일하고, 우리는 현장에서 열라게 뺑뺑이 도는데”

김민우 과장 후배로 보이는 직원이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대리 말이 너무 심하잖아”

“괜찮아 김과장”

황승언 과장은 김민우 과장을 말렸다.

“미안해 황과장 본부에 일이 좀 생겨서 직원들이 좀 예민해서 그래 이해해줘”

“어 그래 담배 태우고 내려와 나 먼저 갈께”

성주는 황과장과 사무실로 내려왔다.

“뭔가 일이 생긴 게 분명해”

“과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심상민 대리가 혼잣말을 하고 있는 황과장을 보며 말했다.

“어 그게 SI사업본부 직원들하고 잠깐 이야기했는데 그쪽에 무슨 일이 터진 것 같아”

“무슨 일?”

최보미 과장이 어느새 황과장 옆에 와 있었다.

“깜짝이야 애 떨어지겠네. 넌 좀 소리 좀 내고 다녀”

황과장이 깜짝 놀라며 최보미 과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음 그랬구나 항상 너 배에는 뭐가 들었나 했는데 애가 들어섰구나”

최보미 과장이 황과장을 놀리는 말투로 말했다.

“아니 그것보다 무슨 일인데?”

최보미 과장이 황과장을 보며 질문했다.

“나도 잘 몰라 그냥 사고가 났다고 들었어.”

최보미 과장은 잠시 고민을 했다. 최보미 과장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었다.

“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우리 본부에서 단 5명이야”

최보미 과장은 심각하게 말했다.

“5명?”

황과장이 최보미 과장을 보며 말했다.

“1번 마녀 같은 본부장은 절대 우리한테 말을 해주지 않을 거야, 2번 임선아 독사 같은 임선아 팀장은 남들이 모르는 걸 자기만 알고 있다는 상황을 즐기는 타입이야 우리에게 절대 말해주지 않을 거야”

“분석이 예리한데”

황과장이 최보미 과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3번 김신석 팀장 생긴 건 쥐새끼처럼 입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 보이는데 생각 외로 입이 무거워”

“4번은?”

임선아 팀장이 최보미 과장 뒤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그 옆에는 이한영 팀장과 김신석 팀장이 같이 서 있었다. 최보미 과장만 이 상황을 몰랐다.

“4번 곰돌이 이한영 팀장이 우리에게 말을 해줄 가장 가능성이 크지 하지만 1번 마녀가 분명히 우리에게 말하지 말라고 이야기했겠지 그럼 절대로 이한영 팀장은 말을 안 해 절대로”

“아 그래요~ 마녀하고 독사하고 쥐새끼하고 곰돌이가 이야기 안해주면 어쩔 건데 최과장”

“그게… 그러면 우리에게는 오번이….”

최과장은 뒤를 돌아보며 말을 하다. 독사와 쥐새끼와 곰돌이를 보았다.

“최과장 실망이야, 날 곰돌이로 보고 있었구나”

이한영 팀장이 최과장에게 한마디 하고 자리로 갔다.

“그래도 곰돌이가 쥐새끼보다는 낮죠 팀장님, 난 이상하게 욕먹은 느낌이야”

김신석 팀장은 이한영 팀장에게 말을 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미안해 최과장 독사도 말을 해주고는 싶은데 혼자만 알고 있는 걸 즐기는 타입이라”

임선이 팀장도 최보미 과장에게 한마디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최보미 과장은 황과장과 심대리를 째려봤다.

“너희 뭐야?”

“미안해 최과장 우리도 몰랐어?”

“박보영 대리 최과장한테 독사가 점심 먹으러 가자고 전해줄래?”

임선이 팀장이 최보미 과장이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최과장은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아 궁금한데 어디 물어볼 때가 없네”

황과장이 심대리와 성주를 보며 말했다. 점심을 먹고 황과장과 심대리, 성주는 본부 회의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과장님 아까 최보미 과장님이 5명이고 있는데 4번까지만 말하고 5번을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네 심대리 가서 최보미 과장 좀 데리고 와봐”

심대리는 최보미 과장을 데리러 나갔다. 잠시후에 심대리와 최보미 과장이 함께 회의실로 들어왔다.

“아 왜?”

“최과장 5번이 누구야?”

황과장이 최보미 과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맞다. 그치 5번”

회의실에 사람들은 모두 최과장을 바라봤다.

“있잖아 재수없는 와 싸가지”

“김영환 차장님!”

황승언 과장이 놀라며 말했다.

“응 그 인간은 분명히 알고 있어 우리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알고 있으니까”

“정말 알고 있을까?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한테 이야기해줄까?”

최과장은 황승언 과장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황과장 너 어제 외근 갔다 와서 김영환 차장한테 얼라이드에 한팀장이 성주 좋아하고 있는 거 같다고 이야기했지?”

“무슨 소리야 그게”

황승언 과장은 놀라며 성주 눈치를 봤다. 성주도 갑자기 한팀장과 자기 이름이 나와서 놀랐다.

“그 이야기 벌써 다 하고 돌아다녔어 김영환 차장이”

“저도 들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던 심대리가 말했다.

“성주야 그게 아니고 그냥 눈치가 그렇다고 그런 건데 아 선배는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니까”

황과장은 성주를 보며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했다.

“괜찮습니다. 선배 친하니까 오해할 수도 있죠”

성주가 황과장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마도 김영환 차장은 지금 우리를 찾고 있을 거야 왜? 자기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미칠 테니까 잠시 후면 여기로 들어올 거니까 우리는 앉아서 기다리자고”

최보미 과장은 말을 마치고 회의실 의자에 팔짱을 끼고 앉았다. 잠시 후에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김영환 차장이 들어왔다.

“너네 여기들 있었구나 한참을 찾았네”

김영환 차장이 회의실에 있는 직원들을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차장님 하고 싶은 이야기 많은 것 같은데, 들어볼 테니까 어서 해보세요”

최보미 과장이 다리를 꼬아 앉으며 김영환 차장에게 말했다.

“그래 그런데 좀 뭔가 좀 이상한데 아무튼 모여봐”

김영환 차장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회의실에 있는 직원들은 모두 숨죽이고 김영환 차장 이야기를 진진하게 듣기 위해 의자를 당겨 앉았다.

“SI사업본부 최준호 차장이 기성실업 프로젝트를 진행한 게 있는데 중간 업체가 장비를 엄청나게 발주를 하고 그 장비를 다른 곳에다 팔고 잠적을 했어.”

“최준호 차장이 당했나 보네요”

최보미 과장이 김영환 차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영환 차장은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아 기존 프로젝트에서도 문제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

“어떤 문제요?”

황승언 과장이 김영환 차장에게 바짝 붙으며 말했다.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데…”

김영환 차장은 갑자기 이야기를 멈추고 최보미 과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저번 식당에서 말 정말 싸가지없이 하더라?”

“그 이야기가 왜 나와요 정말?”

최보미 과장이 김영환 차장을 째려보며 말했다.

“가서 커피 한잔 타와 봐?”

“제가 가서 타오겠습니다. 차장님”

성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막내 앉아, 난 최과장이 타주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

김영환 차장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기지개를 피며 최과장을 바라봤다. 회의실에 있는 모든 직원들은 최과장을 간절하게 쳐다봤다.

“정말 재수없어, 기다리세요”

최보미 과장은 커피를 타러 회의실을 나갔다.

“빨리 모여봐 그게 최준호 차장 혼자 한 일이 아닌 것 같아 조직적으로 회사에 이익을 빼돌린 것 같아”

“정말로요?”

 황과장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영환 차장을 바라봤다.

“감사실에 이경율 차장이 조사중인데 상당히 심각한 것 같아”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최보미 과장이 커피를 가지고 들어와 김영환 차장 앞에 내려 놓았다.

“고마워 최과장”

김영환 차장은 최과장이 타준 커피를 들고 일어나며 회의실을 나갔다.

“뭐야! 저 인간 나만 빼고 이야기한 거야?”

다시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김영환 차장이 머리를 내밀면서 말했다.

“인프라사업팀 오늘 암호화 교육 있는 거 알지?”

“네 차장님”

“이따가 3시에 진행할 테니까 회의실에 음료수 사다 놓고 기다리고 있어, 최과장 잘 마실게”

“정말 재수없어. 누가 들은 이야기 좀 해봐”

최과장이 의자에 앉으려고 하자 임선아 팀장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최과장 본부장님이 찾으신다. 넌 좀 자리에 좀 앉아있어 내가 널 찾으러 다녀야겠니?”

최과장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못 듣고, 본부장실로 들어갔다.

“한시다 가서 일들 하자”

황승언 과장과 성주는 어제 컨설팅을 다녀온 ‘전쟁기념관’ <AP> 물량 산출과 견적서 작업을 시작했다.

심상민 대리는 이한영 팀장과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회의 때문에 외근을 나갔다.

“오케! 완벽해 성주야 김정호 과장님께 견적서 좀 메일로 보내, 난 음료수 좀 사러 갔다 올게”

“네 선배님”

시간은 2시 40분이 되었다. 황과장은 음료수와 과자를 사가지고 왔고, 심상민 대리도 외근에서 돌아왔다.

“회의실에 미리 들어가 있자고”

인프라사업팀은 이한영 팀장까지 모두 회의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정확히 3시에 김영환 차장이 회의실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