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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저자토크

[English for Developers] 편집 후기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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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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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복

24,511

이 글은 편집자가 쓴 말 그대로 편집 후기다. 일반 독자에게는 그리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혹시라도 책을 궁금해할 독자를 위해 예의상 책 소개 짤방을 하나 올린다.



▲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지?

뻔한 얘기지만, 출판 기획은 독자 니즈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업무 특성상 영어 능력이 필요한 개발자를 대상으로 타깃에 특화된 내용과 형식으로 이루어진 영어책이다. 말하자면 컨셉이 명확한 책이고, 그래서 책 내용에 대해 더 설명할 말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 던진 기획

‘개발자를 위한 영어책’이라는 컨셉은 작년 후반부터 꾸준히 IT2팀 내에서 논의된 주제다. 당시 나는 이 회사로 옮긴 지 반년도 되지 않았고 인맥도 전무했다. 몇몇 다른 저자 후보와 만나보기도 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우리 회사에서 꾸준히 집필과 번역을 하던 박재호 님과 계약하게 되었다. 내가 먼저 접촉한 것도 아니다. 어느 날 꽃미남 최현우♡ 팀장님이 박재호 님을 만나고 오더니 이 컨셉으로 책을 진행해보라고 했고, 그래서 내가 맡게 되었다.
컨셉은 명확해 보였지만, 구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난관에 부딪혔다. 기술서 위주인 한빛미디어에서 시도한 적 없는 책이기도 했다. IT 서적만 내는 출판사에서 어학 서적을 내는 셈인데, 선례나 노하우가 있을 리 만무했다. 어학 책을 써본 적 없는 저자 역시 많은 가능성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했다.
사실 어학 출판사라면 ‘영어책’은 컨셉이 될 수 없는 단어였을 것이다. 영어 안에서도 독해, 문법, 어휘, 작문, 말하기 등 주제가 세분화된다. 나는 물론이고 회사 내 아무도 영어책을 내본 적이 없다 보니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이때 고맙게도 활용서 임규근 부장님이 어학 출판사의 편집자와의 만남을 주선해줬다. 그 유명한 다락원의 장의연 팀장님이었다. 두 분의 원론적인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이 문장이 모순처럼 들린다면 그건 기분 탓입니다). 덕분에 개발자에게 가장 필요한 ‘독해’ 한 가지로 컨셉을 좁힐 수 있었다.

깊은 빡침이 담긴 디자인

방향이 명확해지자 집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박재호 님과 이해영 님은 오랜 협업 경험이 있었고, 이해영 님의 부군 케빈이 감수(및 지문 녹음)를 맡아줬다. 박재호 님의 고등학생 아들인 하준이 베타(사실상 알파) 리딩까지 해줬다. 많은 원고가 편집자 손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지만, 이 원고는 이러한 자체 검수를 통해 처음부터 완성에 가까운 품질이었다.
물론 원고 내용이 좋다고 책이 그냥 나오는 건 아니다(그랬으면 참 좋겠다). 다음 고민은 본문 디자인이었다. 원고 내용을 잘 드러내는 형식이 필요했지만, 디자인팀 역시 이쪽 책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다. 저자에게 참고했으면 하는 다른 책들을 문의해보고, 직접 서점에서 1시간 동안 시중에 나온 영어 독해 책들 디자인을 전부 훑어보기도 했다.
휴대하기 편하려면 판형은 신국판이어야만 한다고 초기에 결정했지만, 시중의 책들은 대개 큰 판형이어서 그대로 따라 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요소는 또 많아 본문 디자인이 다소 빽빽해 보였고, 특히 고령자 윗사람들의 의견이 그랬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여러 동료와 윗사람-_-의 의견을 모아 고치고 또 고쳤다. 당연하지만, 이 과정에서 담당 디자이너 김연정 과장님이 깊은 빡침을 느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죄송…

조판, 교정, 하판 + 상세이미지까지

사실 책 제목도 표지 디자인을 의뢰하기 직전에야 확정되었다. 이미 [개발자 영어]라는 실로 대표적인 제목을 단 책이 타사에서 나와 있었고, 그걸 이길 제목을 뽑아내기가 막막했다. 집단지성을 신봉하는 IT2팀 구성원들이 머리를 쥐어짠 끝에, 조희진 과장님이 제안한 [English for Developers]라는, 한글 말고 영어로는 매우 대표성 있는 제목으로 확정되었다.
책에는 지문 일부의 빈칸을 채워보는 문제 등 여러 요소가 있는데, 이 요소들은 조판과 교정이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즉 통상적으로 조판자는 조판만 하고 교정자는 교정만 보기엔 작업량이나 일정이 비효율적이었다. 교정과 조판을 한 사람이 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능력자인 백지선 실장님께 두 가지를 모두 의뢰했다. 마감 당일까지 가장 고생한 분이다. 동석해서 화면 교정을 보지는 않았기에 텍스트 파일로 수정자가 왔다 갔다 했는데, 하판 전 3일간 건넨 텍스트 파일이 8개였다(+워드 파일 2개).


▲ 디자이너의 흔한 최종 파일 (출처 pgr21.com 유게)

현재 IT2팀은 3주 예판을 목표로 하판 전에 표1, 신간안내, 상세이미지를 미리 작성하고 있다. 이 책 역시 하판 열흘 전 콘티를 짜(물론 집단지성의 도움을 받았다) 스토리웍스 컴퍼니의 황준식 실장님께 상세이미지를 의뢰했다. 항상 전문서들의 딱딱함을 누그러뜨려주는 발랄한 상세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분이다. 작업량이 많아 항상 일러스트로 작업하시진 않지만, 이 책은 콘티에 넣은 사진들과 유사하게 실감(!) 나는 일러스트 결과물이 왔다. 눈치챘겠지만, 이 글 앞에 나왔던 바로 그 짤방이 상세이미지의 일부다.

마감, 그 후

이 책이 나올 때쯤 마침 우리 팀과 회사에서는 본격적으로 페이스북 홍보를 시작했다. 짤방으로 쓰기 대단히 적절했던 상세이미지가 큰 도움이 되었던 듯하다. 또 영업팀 김진불 차장님은 알라딘 댓글 이벤트를, 마케팅팀 송경석 차장님은 페이스북 광고를 지원해줬다. 거기에 박재호, 이해영 님이 책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를 활발하게 운영해주었고. 여러 노력이 맞물려 예판 기간부터 높은 판매량을 보이기 시작했다.
질보다 양이 우선인 나 같은 편집자는 책을 한 권 마감하면 그 후로는 관심을 끄곤 한다. 근데 이 책은 마감한 뒤에도 판매량이 높아 홍보, 마케팅에 계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 신경 쓰였던 건 표지에 박은 ‘원어민 MP3 제공’이라는 문구. 마감 직전까지 저자들 역시 최종 저자 교정에 전력투구하고 있었다. 책은 인쇄소로 넘어갔지만 지문 녹음은 진행 중이었다.
마감 후 이해영 님이 감수자인 케빈이 녹음한 MP3들을 보내주기 시작했다. 전문 장비 없이 녹음했기 때문에 음질 면에서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외부에서 조언을 구할 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나름 국내 유일의 PC-Fi 단행본을 기획 편집한 오디오파일로서(에헴!) 판단한바 청취에 별문제는 없었다. 사실 이해영 님이 일차적으로 배경 소음을 거의 제거한 상태였기에, 클리핑을 방지하면서 게인을 높이는 방향으로 음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 알려드렸다(어려운 건 아니고 오대서티로 누구나 할 수 있다).
무슨 엄청난 대박을 친 것도 아닌데 이러는 게 유난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글을 쓸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르니 유난스럽게 마무리한다. 책 한 권을 만들고 세상에 알리기까지 참여하는 사람이 참 많다. 많지만,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는다. 비단 책에 한정된 얘기도 아니다. 본문에 쓴 분들, 그리고 미처 쓰지 못한 여러 분들,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이분들의 도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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