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행세 같은 건 하는 게 아니었어.
원래대로 평범하게 살걸 그랬다고!”
세상 평범한 소녀가 마주한 현실의 벽
6학년 2학기, 부모님의 사정으로 시골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한 유즈하는 학생이 전부 여덟 명밖에 되지 않는 반에 배정받는다. 전교생의 얼굴을 모두 알 정도로 작은 학교의 규모도 놀랍지만 유즈하를 진정으로 당황하게 만든 것은 따돌림 문제를 해결하는 히어로가 되어 달라고 반장에게 부탁을 받은 일이다.
대장처럼 군림하는 무리와 얼떨결에 맞서게 된 유즈하는 가해자 학생, 고토 겐타의 아버지가 이 지역 유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표할 만한 산업이 없어 오래전부터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시골 마을에 대형 리조트를 건설하려는 개발사의 사장인 것이다. 다테시로는 작은 마을이라 주민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이 회사와 연관되어 있다. 이들의 자식도 부모의 생계가 달려 있어 겐타에게 함부로 대응하지 못한다.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을 마주한 유즈하는 새로운 학교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 놓이고 만다. 어른들의 세상과 아이들의 세상이 얽히는 곳에서 유즈하는 진정한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침묵하는 교실에 시원하게 내지르는 한 방!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는 열세 살의 유쾌한 분투기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유즈하는 ‘그건 어른들의 사정일 뿐,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당차게 일갈한다. 독자는 유즈하의 시선을 따라 패거리의 만행에 분노하고, 담임에게 필사적으로 호소해 보았다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결과에 한숨 쉰다. 그러나 열세 살 주인공은 방관을 택하지 않는다. “별일 아니니까 신경 안 쓰면 된다는 건 상당히 현실적인 대처법”인 걸 알면서도 주체적으로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
유즈하에게 도움을 주는 주변 인물에게도 주목할 만하다. 마음껏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쉼터 같은 존재인 미즈하라 할머니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전수해 주고, 아빠는 따돌림에 대처하기 위한 법률의 이념이 실제로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유즈하는 모두가 잘 지낼 수 있는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름의 길을 찾아간다.
평범한 아이에게 현실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힘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 주듯 아이들은 성장 과정 속에서 때론 흔들리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도 하며 보다 나은 방향을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 모습이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발돋움해 가는 '보통의 히어로’와 다르지 않다.